리춘: 중국에서 봄이 조용히 방향을 트는 첫 순간
계절 자체보다 전환점을 알리는 날짜 리춘(立春 lìchūn)은 문자 그대로 ‘봄의 시작’을 뜻하며, 중국 24절기의 첫머리를 엽니다. 보통 태양 황경이 315도에 도달하는 2월 3~5일 무렵에 찾아옵니다. 하지만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아직 체감상 봄이 아닙니다. 추위는 남아 있고, 다만 한 해의 흐름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는 작은 신호가 나타납니다.
리춘 핵심 정보
- 이름: 立春 (lìchūn)
- 의미: 봄의 시작
- 시기: 매년 2월 3~5일 전후(해마다 변동)
- 올해: 2월 4일
- 위치: 24절기의 첫 절기
- 대표 풍습: ‘봄을 물다’(咬春 yǎo chūn)
- 상징: 갱신, 계절 전환, 새로운 출발
한때 일상을 움직였던 계절의 기준점
수세기 동안 리춘은 농촌 생활의 리듬을 정했습니다. 밭을 정비하고, 농기구를 손질하고, 그해 첫 농사일을 준비할 때를 알려주는 기준이었습니다. 제정 시기에는 궁정이 공식적인 ‘영춘(迎春, 봄 맞이)’ 의식을 열었는데, 이는 계절 지식이 권력과 안정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도 ‘춘(春)’이라는 말에는 완전히 도착하진 않았지만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오래된 감각이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금도 봄을 ‘맞이하는’ 방식
이 풍습은 오늘날에도 이어집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요춘(咬春 yǎo chūn), 즉 ‘봄을 물다’입니다. 사람들은 신선한 채소, 무, 얇은 봄전병을 먹으며 새 계절을 몸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더합니다. 무는 ‘열을 내린다’, 부추는 ‘순환을 돕는다’는 인식처럼, 겨울 뒤 몸의 전환을 돕는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춘우를 친다’(打春牛 dǎ chūn niú) 의식을 행합니다. 곡식을 채운 종이 소를 쳐서 터뜨리며, 땅을 깨우고 풍년을 기원한다는 뜻을 담습니다.
고대 달력 뒤에 있는 자연 관측의 과학
24절기는 태양의 연중 움직임을 동일한 구간으로 나눈 체계입니다. 각 절기는 다시 세 개의 미세한 계절 단위(72후, 七十二候)로 나뉘어, 자연의 작은 변화를 기록합니다.
리춘과 관련된 관측에는 동풍이 얼음을 누그러뜨리는 현상, 땅속에서 꿈틀대기 시작하는 벌레, 얇아지는 겨울 수면 아래로 움직이는 물고기 등이 있습니다. 화려한 시어라기보다 세대를 거쳐 쌓인 현장 기록에 가깝습니다.
2016년 유네스코는 24절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인간과 기후의 오랜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전통 생태지식 체계로 평가했습니다.
리춘이 지금도 중요한 이유
현대 도시에서 리춘은 더 이상 경작 시작일을 알려주는 실용 기준은 아닙니다. 대신 계절 전환을 조용히 확인하는 표식이 됩니다. 어떤 가족은 여전히 춘권(春卷 chūn juǎn)을 함께 먹고, 어떤 사람은 아침 산책을 하며 ‘양기(陽氣)가 오른다’고 느끼거나, 길가 나무의 미세한 변화를 먼저 알아차립니다.

중국에는 “봄은 리춘에서 시작하지만, 따뜻함은 나중에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문장은 리춘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리춘은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잠시 멈춰 바깥을 바라보고 자연이 이미 다음 순환을 시작했음을 감지하게 하는 조용한 체크포인트입니다.
무 한입, 얇아지는 얼음을 바라보는 짧은 시선—작은 행동이지만, 자연의 시간과 보폭을 맞추게 해줍니다.